유쾌한씨의 유쾌한 은퇴생활

40대 직장인, 인생의 전환점에서 개인사업을 선택하다

쏘왓 2025. 5. 11. 14:55

40대후반의 유쾌한씨는 중견기업의 차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이 국내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탓에 회사는 큰 부침없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전 직장에서 현 직장으로 이직한 탓에 이 직장에서 근무한 지는 10여년이 되었다.
비슷한 연배의 차장들 중 일부는 벌써 부장으로 승진을 하기도 하였다.
유쾌한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미 두 차례 진급에서 떨어진 상태였다.

유쾌한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계속해서 진급에 누락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마음속엔 늘 회사를 향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회사는 실세의 라인을 타야 진급하고 성장할 수 있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진급시키는게 아니라 윗사람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을 진급시키는게 분명해."
한번 마음속에 원망이 자리잡기 시작하더니 이내 들불처럼 유쾌한씨의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렸다.

 

어느 날 퇴근후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저녁식사겸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서로 나이가 들고 가정이 있다보니 얼굴 한번 보는 것도 마음처럼 쉽지않다.
약 1년만에 보는거라 식당에서 만나자마자 서로의 안부를 묻기 바빴다.
한 친구는 고등학교때 옆자리의 짝궁이었던 친구인데 유쾌한씨처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근데 이 친구는 벌써 부장을 단지 1년이나 되었단다.
또 한 친구는 고등학교때 바로 뒷자리의 친구인데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워낙 이것저것 많은 일들을 벌이고 다녀서 지금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술이 한 순배 돌고나서 유쾌한씨가 술김에 회사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사람을 몰라 본다는 둥, 회사의 비전이 없다는 둥, 능력있는 사람은 없고 간신배만 있다는 둥, 그간 쌓였던 마음속의 울분을 털어놓았다.
직장에 다닌다는 친구는 고객을 끄덕이며 유쾌한씨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었고, 개인사업을 한다는 친구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쾌한씨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유쾌한씨는 친구의 그런 표정을 보며 얘기했다.
"야, 너는 직장생활을 안 해봐서 조직의 생리를 잘 몰라, 안 그래?"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는 유쾌한씨의 얘기에 대답했다.
"야, 그럼 때려치고 개인사업해,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하면서 직장생활은 왜해?"
유쾌한씨는 당황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대답했다.
"개인사업은 아무나 하냐?, 돈도 있어야 하고 경험도 있어야 하고, 뭐 그런게 있어야 하지."
친구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을 하면 되잖아, 그리고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고, 큰 경험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면 되잖아."
유쾌한씨는 또 다시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수비에 나섰다.
"야,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냐?, 그런게 있으면 세상 사람들이 너도나도 모두 하겠다."
친구는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일이 없긴 왜 없어. 내가 지금 그런 일을 하고 있는데."
이쯤되면 유쾌한씨도 그게 뭔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 그게 뭔데? 그런게 있으면 나도 좀 가르쳐주라, 친구야!"
친구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여유있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게 뭐냐면..바로 자판기 운영 사업이야, 흔히들 자판기 운영이라고 하면 그게 뭐 큰 돈이 되겠어? 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그게 1~2대가 아니라 10~20대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한 대당 매출을 월100만원만 잡아도(일 매출  3.3만원) 10대면 1000만원이고/20대면 2000만원이야, 마진율을 50%정도 예상하면 10대를 운영할 경우 순이익이 500만원이고 20대를 운영할 경우 1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와, 어때? 매력적이지 않아?"
유쾌한씨는 친구의 그 말이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았다.
자판기를 여러 대 운영하면 저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유쾌한씨가 아무 말도 못하고 한 방 맞은 사람처럼 친구를 쳐다보고 있자 그 친구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왜 내가 한 말이 믿기 어려워, 내가 지금 그렇게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내 말 믿어도 돼."
유쾌한씨는 정신을 추스리고 친구에게 물었다.
"네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자판기가 몇댄데?"
친구가 대답했다.
"응, 지금은 10대 정도 하고 있는데 직접 운영해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서 10대 정도 더 늘릴려고 계획중이야."
유쾌한씨 뿐만 아니라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다른 친구도 잘 몰랐던 사실을 안 것 같은 눈치였다.
이번엔 그 친구가 자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그럼 물건관리나 수금 같은 건 어떻게 하는거야?, 네가 직접 다 해? 아니면 알바를 고용해?"
지금은 10대 정도 되니까 내가 1~2일에 한번씩 다니면서 물건도 관리하고 수금도 해, 근데 기계가 20대나 혹은 그 이상 늘어나게 된다면 그 때는 알바를 한 명 고용해서 해야겠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두 친구는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신기했다.

 

그 날의 동창모임이후 유쾌한씨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개인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본인이 직접 하나하나 알아보고 확인하기로 하였다.
그러다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이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생각에 정신이 팔려있다보니 본인이 이전에 회사를 원망하고 욕을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충분히 준비가 되고 확신이 생기면 그때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개인사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제 그 날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개인사업을 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을 본인의 모습을 지긋이 눈을 감고 상상해 본다.